BLOC 칼럼

경리단길 젠트리피케이션, 과거의 경리단길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

BLOC|2023년 7월 3일

안녕하세요. 서울 상업용 부동산 인사이트 미디어 BLOC입니다.

경리단길 젠트리피케이션 카드뉴스 표지

최근 BLOC은 성수동 관련 칼럼을 다수 발행해 왔습니다. 성수동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비교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된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되지만, 모든 젠트리피케이션이 좋은 결말을 맺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투자자와 임차인 모두가 반드시 학습해야 할 반면교사로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경리단길의 흥망성쇠를 짚어봅니다.

농지에서 미군 인접 주거지로 — 경리단길의 출발

이태원은 본래 농업 지대였습니다. 복숭아와 배나무가 우거진 과수원 향기로 가득했던 동네였죠. 변곡점은 1963년이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군인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집단 주거가 형성되고, 인접한 미군 부대의 영향으로 이태원 일대가 점차 상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도 경리단길 자체는 여전히 농지였습니다.

지하철 1호선 남영역과 미군 부대 인근 도로가 정비되면서 동네의 성격은 빠르게 바뀝니다. 농사를 짓던 밭은 주거 용도로 전환됐고, 경리단길은 이태원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배후 주택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시기의 경리단길은 "이태원의 변두리"였고, 부동산 시장의 주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970~2000년대 경리단길 변천 다이어그램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은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명칭인 "육군중앙경리단"에서 비롯됐습니다. 인근에 자리한 경리단 부대를 기준으로 형성된 길이라는 의미죠. 평범한 주거지였던 이 일대가 변곡점을 맞은 시점은 2010년 전후입니다.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2010년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태원역 인근 1층 상가의 임대료가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본격 상권의 최전선에서 밀려난 소상공인들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인근 경리단길로 이동했습니다. 개성 강한 인테리어, 이국적인 메뉴, 작은 골목의 정취가 결합되면서 경리단길은 빠르게 "숨은 명소"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경리단길 골목 풍경

루프탑 바, 작은 비스트로, 수제 디저트 카페가 비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 잡으면서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신만의 맛집과 카페를 찾아내는 "보물 찾기"의 경험이 경리단길의 핵심 매력이었습니다.

이태원·경리단길 일대 상권 사진

경리단길과 지근 거리에 있는 해방촌도 함께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서울의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가옥과 골목, 외국에 온 듯한 분위기, 골목 곳곳의 벽화, 해 질 무렵 사람들이 몰리는 야경. 두 동네는 "가장 서울답지 않은 서울"을 경험하고 싶은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임대 시장과 매매 시장 모두에서 "경리단·해방촌" 이름값이 형성된 시기입니다.

치솟는 임대료와 가파른 지가

경리단길 임대료·지가 상승 그래프

유동인구가 급증하고 매출이 동반 상승하자 임대인의 기대 수익률은 빠르게 재조정됐습니다. 일부 상가에서는 임대료가 기존 대비 세 배 이상으로 인상되는 사례가 나타났고, 상승한 임대 수익을 근거로 매도 호가까지 함께 끌어올렸습니다. 새로운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토지 가격도 함께 뛰었습니다.

새로운 매수자 대부분은 상승한 임대 수익과 향후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리고 진입했지만, 실제 시장은 그들의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반전했습니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조" 소상공인들이 하나둘 이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리단길 매력의 핵심은 고임대료를 정당화하는 대형 브랜드가 아니라, 좁은 골목을 채우던 개성 있는 자영업자들의 콘텐츠였습니다. 그 콘텐츠가 빠져나가자, 남은 자리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 프랜차이즈가 차지했고, 거리의 색깔은 빠르게 균질화됐습니다. 콘텐츠의 다양성이 사라진 거리에는 자연스럽게 발길도 끊겼습니다. 전형적인 "부정적" 젠트리피케이션의 진행이었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 무너진 상권

팬데믹 이후 경리단길 텅 빈 거리 사진

결정타는 2020년 코로나19였습니다. 이미 콘텐츠 이탈로 약해져 있던 상권은 팬데믹과 함께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2018년 전후 최전성기에도 경리단길은 몇 가지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 단가가 비싼 외식 메뉴 중심의 가격대
  • 가파른 경사로 — 대표적으로 "108계단"
  • 거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사용해 만성화된 주차난
  • 가까운 지하철역·버스 정류장과의 거리로 인한 낮은 접근성

핫플레이스의 정점에서도 이러한 약점은 잠재 리스크였고,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곧바로 이용자 이탈의 가속 요인이 됐습니다. 단가가 부담스러운 메뉴, 도보 접근이 불편한 골목 입지, 주차 인프라 부족이 결합되면서 비대면 시기의 대안 상권으로 살아남기 어려웠습니다.

경리단길 폐업 점포 사진

현재의 경리단길은 일부 성업 매장을 제외하면 여전히 빈 점포가 적지 않습니다. 한때 대표 콘텐츠였던 뷰 좋은 루프탑 바와 사람들이 북적이던 골목 풍경은 더 이상 보기 어렵습니다. 상권 측면에서는 관광지가 되기 이전, 즉 주거지로의 회귀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거주민과 임대인 — 누구에게 좋은 회귀인가

경리단길 주거지 회귀 풍경

주민 입장에서 보면 관광 상권이 후퇴하고 동네가 조용해지는 것은 일정 부분 긍정적입니다. 다만 임대료와 매매가가 한 차례 크게 오른 뒤에 상권이 가라앉은 만큼, 주거 비용 부담은 과거 "평범한 주거지"였던 시기로 완전히 되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한 번 형성된 기준선을 쉽게 내려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더욱 곤혹스럽습니다. 임대 수익을 근거로 비싸게 매수한 자산이 임차인 이탈로 공실 리스크에 직면하고, 임대료를 낮추지 않으면 신규 임차가 어렵고, 임대료를 낮추면 매수 시 산정한 수익률이 깨집니다. 시세차익을 함께 노리고 들어온 후발 매수자에게는 가장 불편한 시나리오입니다.

BLOC 시사점

경리단길은 단순한 "흥망성쇠 스토리"가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와 임차인이 함께 학습해야 할 구조적 사례입니다. BLOC이 이 사례에서 정리하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콘텐츠 의존형 상권은 임대료 천장이 낮다. 거리의 매력이 개별 자영업자의 콘텐츠에서 비롯될 때, 임대료를 무리하게 올리는 순간 그 매력의 원천이 사라집니다. 임대인의 수익률 극대화와 상권의 지속 가능성이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 접근성·주차·경사 같은 "하드웨어 약점"은 호황기에는 숨겨지고, 불황기에 노출된다. 경리단길 108계단과 주차난은 핫플레이스 시기에는 "분위기"로 소화되지만, 수요가 빠지는 순간 명백한 약점으로 전환됩니다. 매수 전 입지 분석에서 반드시 정량화해야 할 항목입니다.
  • 임대 수익 기반 매수 가격은 임차인 구성의 안정성과 함께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현재 임대료가 높다고 "좋은 수익형"이 되지 않습니다. 임차인이 임대료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업종 구성인지, 콘텐츠 이탈 시 백업 임차 수요가 있는 입지인지가 진짜 핵심입니다.
  • 상권의 정점에서 진입한 매수자가 가장 큰 손실을 본다. 경리단길은 후발 매수자가 시세차익을 기대했지만 상권 붕괴 속도가 훨씬 빨랐던 대표 사례입니다. 사이클의 위치 인식 없이 "지금 잘 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들어가면 가장 늦게 빠져나오게 됩니다.

경리단길은 "리단길"이라는 거리 명명 트렌드의 원조였습니다. 그 출발지가 다시금 자생적 콘텐츠로 살아나길 BLOC 또한 응원합니다. 동시에, 같은 패턴이 다른 핫플레이스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사이클을 읽는 시각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다듬어 가겠습니다.

지도

시세

커뮤니티

컬럼

MY

경리단길 젠트리피케이션, 과거의 경리단길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 | BLOC